2023년 페스티벌 킥 자활 후기

학교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중 친구의 생일이 되어 생일 잔치는 못 가지만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보내고 나니, 그러고보니 페스티벌 킥 부스 도우미를 구하고 있는데 갈 거냐고 물어보면서, 슬릭과 이랑이 온다고 했다! 슬릭과 이랑!

이랑은 예전에 다 아는 언니들 덕분입니다 공연 이후로 섬세한 가사와 리듬이 맘에 들어 몇몇 곡을 듣기 시작했고, 슬릭은 엠넷 굿걸에서 HERE I GO 가 인상 깊어 역시 몇몇 곡들을 듣기 시작했다.

기말 고사와 겹쳐 모호할 것 같다고 하자, 그럼 일단 다른 사람들을 구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나는 아예 기말고사 날짜를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그 주에 혹시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을 주었고, 13시반부터 풀타임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행성인부터 민우회, 조각보와 비건 카페 달냥에 이르기까지의 이름을 다 한 번씩은 들어본 단체의 부스들이 있었는데 역시 날씨가 날씨였던 만큼 비건 카페 달냥 부스에 사람이 제일 많았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은 아무래도 빼놓기가 어려우니까 말이다.

내가 한 역할은 부스에서 사람들이 오면 후원 리워드 같은 것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는데 상근 활동가인 친구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내가 메인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행사에 자활로 간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어렵거나 모르는 부분들은 친구가 도와주었다.

사실 진짜 재밌었던 건 활동가 친구의 친구들하고 노가리를 까는 거였는데 친구가 발이 넓은 것도 넓은 거고, 정말 세상은 좁다는 것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더라. 이 활동가 친구랑은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되었는데 이 활동가 친구의 친구가 활동가를 소개해주었던 친구를 알고 있어서 나와 친구의 근황 이야기를 한다던지, 어 저 분은 나 페이스북 / 트위터 같은 곳에서 봤어 한 활동가 분을 본다던지, 어 저분은 하고 아리까리 했는데 옷에 달린 뱃지를 보고 맞구나 한다던지 한 일이 있었더.(류호정 의원이 페스티벌 킥에 왔다갔다. 아무래도 국회의원을 실제로 본 경험은 신기하다. 우리 구 의원도 본 적이 없는데.)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 사는구나 라는게 이런 건가 싶기도 했다.

강풍 속에서 부스가 넘어가네 마네 하고, 메인 무대는 잠깐 일시중지 되긴 했지만 어쨌든 19시까지 무사히 부스 운영을 마치고, 한강으로 저녁을 배달 시켜서 무대를 보며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이것도 원래는 행사장 밖에서 멀리 떨어져서 먹으려다가 운영 측에 물어봐서 결국 안에서 먹게 되었는데, 내가 슬릭 노래 나올 때 흥얼거리니까 괜찮다고 하더니 안에서 안 먹었으면 큰일날 뻔 했네 라고 했다. 그치만 나는 같이 일한 사람 VS 연예인이면,, 같이 일한 사람인 걸, 그렇게 슬릭 무대도 보고, 이랑 무대도 보고, 한영애님 무대도 다 끝날 무렵 이제 슬슬 다들 집에 들어가자 하여 찬찬히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 받거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다. 특히 대부분이 활동가 이거나 무언가에 대한 당사자들이었기에 조금 더 편하게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늘상 이야기 하고 다녔던 느슨한 연대와 환대는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동시에 나도 조금 더 누군가에게 있어 편안하고,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다짐 또 해보며, 여운을 곱씹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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