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시대 정신인 것을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보았다, 청년들은 많은 문제들로 무기력하다는 글과 부모 세대는 더 절박한 상황에서도 투쟁했는데 너무 나약하다라는 글과 그래서 청년 목소리를 들었는데 비트코인 규제 이런 이야기만 하지 않느냐 라는 글들을 보다가 적게 된다

블로그를 통해 말을 얹게 되는게 스스로는 무척이나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뭐 상관 없겠지, 이런 글들은 그저 개인의 기록이 되겠지, 이런 글들을 보고 어떤 영감은 얻을지언정 전부라고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이거에 대해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 대해 조금 설명하는 편이 맞겠지, 나는 음 젊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지, 힌국의 정치 지향점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하는게 맞겠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이다

먼저 이건 세가지 문제의 혼합이라고 볼 수 있다

– 청년들은 왜 무기력한가

경제지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고, 인류는 기후위기를 맞이 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청년들은 좀 더 깊이 공감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에서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착취의 가까운 노동을 하고 있다. 1년 11개월짜리 계약직을 하고(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 한 달 쉬고 다시 계약하고, 일자리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비싼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느라 자산은 모으지 못하며,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하며, 무기력해진다

– 그렇다면 왜 기성세대처럼 저항하지 않는가?

기성 세대는 대한민국 이래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평을 가지고 있다. 군사 정권 시절에 저항했던 이야기들을 부정할수도 폄하할 수도 없지만, 그들이 나이가 들며 보여주었던 모습들, 나이가 들며 자기가 저항했던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실망이 컸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때는 독재 타도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면, 지금 문제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득권은 다 똑같다라는 납작하고 단순한 말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신경쓰기엔 너무 낡고 지쳐버렸을 기성세대(독재 정권 당시에 고집이 없었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래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청년들과 정말 문제가 단순히 아 이걸 하면 된다 라기보단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환경 문제는 어떻게 조율하고 해결해야하며, 사회적 안전망은 어떻게 구성해야하는가, 그리고 그런 것들과 관련된 법들은 꽤나 자주 국회에 계류되다가 폐지된다.

결국은 이렇게 해도 바뀌지 않으며, 자기를 지켜주고 위해주는 어른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다가 시대 정신이 되었고, 이들의 이야기와 생각은 아 잘했으면 그렇게 안 했겠지, 모르면 맞아야지와 같은 생각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수능과 대학만 보게 하여 능력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에 대한 반동일지도 모른다.

공부 잘했으면 그러지 않았겠지, 자기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겠지의 생각들 말이다, 결국 그런 생각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 그래서 청년들은 자기에게만 유리하길 바라는가

자기를 지켜줄 것은 없고, 어쨌든 국가 권력은 강력하니 떼쓰게 되는 것이다. 옆집에 누구는 가상화폐로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는데 자기는 못했다 그러니 떼를 써서 자기도 그렇게 벌게 해달라 같은 류의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보수화된다. 정직하면 손해본다 류의 생각들은 결국 나만 잘 살면 돼 라는 이야기가 되고, 그 사이를 잘 파고든 보수는 어 그래 그렇게 하게 해줄게 라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에게는 소수자의 복지 보다는 자기라도 잘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소수자들의 저항은 비웃음이 된다. 그래도 안 바뀐다고, 그래서 뭐하냐고, 그리고 자기 불편함만 신경쓰게 되고, 결국은 소수자들의 시위를 비난하기에 이르렀으며, 주류 진보는 이들의 표를 놓치고, 중산층 기성세대를 잡기 위해 팬덤을 만들게 된다

이것은 결국 보수화 되고 남을 신경쓰지 않는 청년과 과거의 저항정신을 이야기 하며 혀를 차는 주류 기득권과 살려달라며 소리 치는 소수자가 남게 된다

물론 누구도 모든 부분에서 소수자이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보수화된 청년과 더이상 그런 것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은 기득권의 (혹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소통 문제가 불러온 시대 정신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들은 지역별 출산율 같은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민한 주제라 혓바닥이 길었다. 시대 정신이기에 누구만의 잘못이라고만 말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내가 전공자도 아니고, 나는 꽤 운이 좋았던 편인데 내가 이야기 하는게 맞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생각한 결론은 자기 먹고 살기 바쁜 청년과 그 이야기를 애써서 듣지 않고, 흘려보냈던 기득권의 환장 콜라보라고 생각한다.

왜 간호사, 철도 기관사와 같은 직업들은 준법 투쟁을 해도 시스템이 마비 되는지, 간호법을 왜 지정하려고 애쓰는지, 왜 10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하는지, 왜 서울의 집값이 비쌈에도 서울에서 살려고 애쓰는지, 왜 누구는 페라리에 자기 법인이 있는데 나는 오늘도 12시간째 일하다가 심장이 아파 퇴사하게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보단 쟤들 이상해 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

결국 이건 우리의 이야기이자 모두가 풀어가야하는 이야기지만 그마저도 시대정신이라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렇지만 나는 주변에 내 이야기와 생각을 이야기하고, 파업을 지지하고, 세상의 이야기와 맥락을 이해하려 애쓰며, 다음달 카드값을 걱정하며, 뭐 그렇게 하루 한달 일년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며 보내겠지.

그러려면 많은 이야기와 지식, 체력이 필요하겠지, 그렇기에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뭐 그런 거겠지, 그마저도 시대정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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