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마작 후기

마작에 미쳐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작혼에서는 패산이나 도라패 같은게 제대로 구현이 안 되어 있단 이야기와 함께 점수봉은 어떻게 생겼네 같은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하다가 그럼 우리 오프라인에서 만나자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모여 마작을 치기로 했다!

꽤나 멀리서 오는 친구들이 있고, 마작카페 제니랜드가 늦게까지 하니까 점심쯤 만나서 점심을 먹고 마작을 치고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한 친구가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퍼지는 바람에 3시간이나 딜레이된 채 왔고,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밑장빼다 걸리면 죽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점심이라고 하기엔 모호한 시간에 일단 우리는 중국요리 음식점에서 양꼬치와 마라샹궈, 중화비빔밥 같은 것들을 거하게 먹고 마침내 오프라인 마작을 치러갔다.

다행히 대탁 자리가 한자리 있었고, 친구 중에 한 명은 오프라인 마작을 많이 쳐본 상태라 능숙하게 셋팅을 도와주었다. 버튼을 누르면 뿅 하고 튀어 나고 거기 패들을 넣으면 자동으로 섞이는 자동작탁이었는데 무척이나 신기해하면서 이것이 21세기구나 싶었다. 점수봉도 다 알맞게 나누어주고 자동작탁은 패산을 올려다 주었고, 주사위를 자동으로 굴려 기리하고 나누어 갔고, 패를 정리하고 난 뒤 마작을 시작했다.

나는 작혼에서 숫자가 있는 패를 사용했는데 오프라인 마작은 숫자가 없어서 뭘 버려야할지 몰라 “휴대폰 찬스” 라고 말하며 마작패를 봤다. 8삭과 4삭이 어찌 그렇게 헷갈리게 생겼던지.. 그렇게 한 두 번 보다보니 익숙해졌고 퐁, 치, 리치를 말하는 것과 점수 계산에 익숙해지며 첫번째 반장전을 했다.

첫 반장전 결과는 앞도적으로 1등했다! 혼자 5 만점 언저리를 가져갔으니 말이다. 마작패라는게 플라스틱에 꽤 작아서 그런지 능숙하게 다루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 상가에 있는 친구는 패산을 엎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오프라인 마작이 대부분 처음이라 그런지 패산에서 잘못된 순서로 가져가서 다시하거나, 도라패를 뒤집다가 패산을 건들거나 하는 일도 빈번했다.

두 번째 반장전은 내가 마이너스 점수를 얻으면서 끝났는데 정말 비기너스 럭키라는게 실존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 손 패에 대해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손패를 버리기가 되게 모호했어서 고민을 좀 했기 때문이다. 내 상가에 있는 친구는 어 쯔모였는데 몰랐네 이래서 ㅎㅎㅎ 하면서 조용히 이샹텐을 만들었거늘, 잘못된 버림과 상가의 리치, 패산의 아름다운 조화로 인해 결국 마이너스가 되면서 남2국쯤에 끝이 났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때 잘 버렸으면 머리가 7개 있는 치또이 텐파이 상태로 만들고 리치를 걸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어찌나 아깝든지

6시간 대탁을 했는데 일장전을 하니까 10분정도 남았었고, 우리는 정리하고 슬슬 나가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날은 마침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 날이라 어디 가도 자리가 없었고,, 우리는 30년 전통 호프집에 겨우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맥주 좀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보드게임카페에서 마감까지 하트오브크라운을 한 뒤에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이날 하트오브크라운은 예술적이게도 내가 우승했다! 하트오브크라운 총 플레이 시간 30시간만에 우승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플레이를 해도 다들 고인물들이라 우승하지 못했다가 처음으로 우승하게 되어 무척이나 즐거웠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라는 K-프로게이머, 로봇 운전수의 말이 있는게 아닌 것처럼 나도 네이티브 코리안인지,, 확실히 이기지 못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더라고,,

이제 비로소 마작을 좀 쳤다라는 느낌과 함께 후기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후기를 남겨 보았다. 마작 그곳엔 인생이 있다. 패산이 따라 주지 않아도 텐파이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몫이고, 최대한 많은 패를 대기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지만, 화료는 운의 영역이고, 운과 역량이 합쳐진 마치 아 인생사 새옹지마요, 삶은 마작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라고 느끼는 게임이다.

텍사스홀덤과 비교해선 확실히 운의 요소가 크다고 느끼는게,, 일단 14번째 패, 마지막 패는 상대가 버리거나, 내가 가져와야하는 것도 그렇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마작! 중요한 것은 방총 당하지 않는 마음 하면서 패산이 안 붙으면 액땜했구나 하며 계속 치는 것이 작사의 길!

왜 게이머의 끝 중 하나는 마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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