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유산

트위터가 X로 바뀌었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마치 영미권에서 쓰는 키스마크인 XXX 도 아니고 X 요.? X.com 이요.? 같은 느낌

나는 트위터를 2017년부터했다. 2017년 여름쯤이었던가, 그럴 듯하게 좀 재밌는 소셜미디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덕질의 세계가 궁금했기 때문에 덕질을 하기 좋은 소셜미디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디 소셜미디어라는 건 혼자하면 재미 없으니까, 트위터 계정을 일단 만들고, 오랜 친구에게 트위터를 하냐고 물어보아서 맞팔로우를 했다. 그게 내 트위터의 시작이었다.

트위터 이전까지 주로 하던 소셜미디어는 네이버블로그였다. 페이스북도 조금, 인스타그램도 조금 했었지만 역시 메인은 블로그였다. 블로그의 쇠퇴기에 맞추어 트위터를 시작했고, 트위터의 쇠퇴기에 맞춰 다시 블로그로 오다니 참으로 인생사 알 수 없다.

2017년도의 트위터는 내 기억상 한창 무성애자가 가시화되고 페미니즘 리부트였는지 미투운동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것들이 메인스트림이었다. 나는 나의 첫 맞팔이었던 친구를 따라 코스계에 있다가 무성애자 가시화와 함께 퀴어계로 확장했다가 IT 개발자계정까지도 확장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트위터를 처음 했을 때의 인상이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도파민이 가득하고, 중독적인 세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인터넷 컨텐츠들을 한꺼번에 본 거였으니까 말이다.

계정의 확장에 따라 트친들의 영역도 넓어졌다. 이 친구는 퀴어, 이 친구는 코스, 이 친구는 퀴어, 코스, 이 친구는 코스, 개발자, 이 친구는 퀴어, 코스, 개발자. 나는 트위터에서 제일 많이 했던 일이 아무래도 오프라인 모임이었던 것 같다. 정말로 이 사람 재밌고, 잘 맞는데 오프라인에서도 보고 계속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인터넷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알았고, 알고 있지만, 트위터는 메신저의 역할도 되게 컸으므로 전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잘 지냈고, 지내는 중이고, 지내려고 노력했다. 이를테면 내일 시간이 비는데 놀 사람 했을 때 메신저나 단체 메신저를 보내는 것보다는 트위터에 보내서 반응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로 따로 연락을 보내거나 반대의 경우가 훨씬 구하기 쉽고 효율적이다. 인맥기반 소셜미디어, 이를테면 페이스북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하니까 어렵다. 하지만 트위터처럼 익명 기반에 흥미, 취미 기반에 소셜미디어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매력적으로 느꼈었다.

20대 초반에 나는 어떤 거대한 재사회화를 경험했다. 꽤나 콧대는 높았고, 편견은 가득했으며, 스스로와 삶에 대해 무심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확실히 지금의 나와는 결이 조금 다른 편인데, 그 변화에는 트위터와 거기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의견의 다양한 표출과 다양한 인간관계 사이에서의 밸런스를 맞추기, 내 의견을 주장하기, 상대 의견을 존중하기 같은 것들이 사회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테스트장과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아무래도 나에게는 트위터가 아니었나 싶다. 학교 다닐 때는 확실히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공부하고, 내가 하고싶어하는 것들만 하기 바빴으니까.

그렇다고 트위터의 빛만 있었냐 라고 하면 그건 확실히 아니긴 한다. 트위터는 자고로 어둠의 소셜미디어니까, 어떤 종류의 어둠이었을까 라고 한다면 그걸 여기서 푸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20대 초반에 불안과 우울을 가속시키는 촉매이자 본산이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나 어떤 큰 감정적이고, 우울한 일이 있으면 트위터 계정을 터트리고, 한달쯤 지나면 슬그머니 돌아오고 했던 일들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에 2020년도 언저리쯤 해서 마스토돈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마스토돈에도 계정을 만들어서 지내다가 마스토돈도 상태가 안 좋아지면 탈퇴하고 했다. (마스토돈은 그 구조상 한번 계정을 터트리면 다시 그 아이디로 계정을 못 만드는데 그래서 뭐 인스턴스에는 내가 썼던 몇몇 아이디로 생성할 수 없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작년쯤 비로소 정리가 되었다. 심적으로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성숙해졌다 라고 생각했고, 역시 친구들의 트위터 소식은 궁금했기 때문에 만든 이후로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나에게 단문 소셜의 메인은 마스토돈과 연합우주이지만, 마스토돈도 트위터에 없거나 부족한 기능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픈소스로 만들어졌으니 어쩌면 트위터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위터가 어떤 테슬라 테크노킹의 인수 되고, 수많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들과 버그로 인해 대체제인 블루스카이와 쓰레드, 마스토돈으로 사람들이 메인 단문메시지를 옮기고 있으며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블로그를 한다던지, 디스코드 같은 것들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트위터의 유산을 가졌던 것에 대한 회고 비슷한 것을 풀고 싶었다. 이러나저러나 오타쿠들에게 트위터는 어떤 거대한 덕질의 유산이자 한국과 일본의 오타쿠의 문화를 만들었던 미디어니까 말이다.

어느 테슬라의 테크노킹이 조만간 과금을 하지 않으면 트위터에서 눈팅 밖에 하지 못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나에겐 더이상의 단문 소셜미디어는 없을 것 같다. 이미 마스토돈이라는 안정적이고 메인으로 쓰는 소셜미디어가 있기도 하고, 더이상 사람들의 소란이나 논란 등으로 우울의 전이를 느끼기에 에너지가 부족하며, 이미 트위터에서 알게 되어 오프라인에서 본 사람들은 다른 연락수단들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친구들의 소식이 제일 먼저, 빠르게 올라오는 것 이외의 큰 장점은 없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 도파민 중독자는 블로그와 마스토돈, 디스코드를 선택해버렸다,, 트위터에서 나누었고 봤던 추억들, 담론들을 잊지는 못하겠지만 해가 지는 것을 막지 못한 개인은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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