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타쿠였다고?

생각보다 이렇게 일상을 많이 포스팅할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메일링 때도 느꼈지만 길게 내 호흡으로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게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었나보다.

이게 역만이 아니었다니 충격 받았다. 론이 아니라 쯔모였으면 역만이라고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그래도 론하는게 맞다고 하더라. 스안커는 대삼원보다도 확률이 높다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하는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퇴근하고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와 저녁 먹으러 간 날

묘하게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그런 길거리

친구의 취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적당히 맛있는 라멘, 잘모르지만 맛있는 커피까지. 그 친구는 교양과 예절이 몸에 배어있으면서 공허한 도시에 잘 어울린다. 마치 공허함을 교양과 예절로 표현하려는 것처럼.

라멘, 무슨 라멘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라멘이 맛있어서 밥을 말아 먹으려고 했다. 공깃밥을 주문하니 다들 나를 쳐다보고 사장님은 조용히 공기밥을 가져다 주시길래 얼만가요? 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정식 메뉴가 아니라서 일단은 넣어두시라고 했다. 친구가 단골이라 받는 그런 밥공기이다.

나는 이 경험이 너무 웃겨 조선의 예법에선 맛있는 국물을 만나면 밥을 말아먹으라고 배웠다. 라고 말했다

친구는 여긴 일본이야 임마 하길래 니 여권에 있는 무궁화가 울부짓는다 라고 말했다. 나는 오타쿠 둘이 재밌게 논다고 생각했다.

+ 나중에 일본에 자주 놀러가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라멘에 밥을 말아먹는 현지인들도 많다고 했다. 그치 맛있는 국물엔 밥 말아먹기지

커피, 묘한 클래식이 나오고 사장님은 원두를 갈고 계신 교양이 넘치는 카페에 친구는 나를 초대했다.

메뉴판을 보고 이건 내가 고르는게 적절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두 이름이 잔뜩 있는데 뭐가 뭔지 알턱이 있나? 나의 취향은 그런 것이다. Just WORK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그저 커피만 고르면 알아서 내려주시는 곳이다. 플랫화이트, 기문 홍차 뭐 이런 음료수들을 말이다. 일정하게 맛있는 음료수를 큰 고민 없이 마시는 것은 편리한 도시인의 속성을 잘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니가 마시는 걸로 마실게 잘 모른다 라고 말하니 여기 메뉴판이 있으니 보라고 했다. 그건 내가 아까 본 거라 큰 의미가 없다. 라고 말하니 친구가 골라주었다. 난 고소한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카페는 보통 내가 느끼기에 고소하다기보단 복잡 미묘하게 쓰고 뒷 맛은 단 커피가 많아 골라달라고 했다. 그래도 개중엔 좀 고소한 커피가 나왔고, 친구에게 감사하며 마셨다.

요근래 눈이 자주 왔더라

눈만 보면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다. 나는 눈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얼음 결정이 녹는 것이고 눈이 좀 더 본질에 가깝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겨울엔 추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했으니까. 하지만 올해 겨울은 따뜻했다. 날씨 보다는 사람들의 정이 따뜻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소속감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다행히 나에겐 소속감을 느낄 그룹이 생겼다는 말이다. 회사도 친구들도 어느 오프라인 강의에서 나와 강의를 듣는 학우님들도 사회에서의 느슨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이다.

느슨한 연대와 환대에 감사합니다. 의 느슨한 연대는 느슨한 소속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삶은 원래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회라는 것도 엉망진창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은 개인의 실수를 막아주기 위해 등장하였고 그것이 개인의 개성을 제한한다고 생각하는 시절이 있었다. 시스템은 개인의 개성을 제한할 수 없다. 아무리 물에 연금술을 부려도 수은으로 바뀌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시스템의 개선을 꿈꾸며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한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어쩌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반 사회적인 걸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친구들과 사회학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들 메인 전공은 아니었고 어디선가 교양으로, 어디선가 책 같은 걸 읽었던 지식들이었다.

거기서 나온 말들 중에 사회학은 “왜?” 를 다루고 철학은 “어떻게” 를 다룬다는 말이 기억이 난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철학이 “왜?” 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철학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법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를 다루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사회학 쪽을 깊게 배워본 적은 없지만 참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다. 정말 인간이 사회학적인 질문에 “왜” 를 다루고 여러 근거들을 제시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게 가져온 통계 자료라는 게 변인은 제대로 통제가 되었는지, 표본집단 같은 것들을 제대로 수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 그래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검증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 하고 싶은게 정확히 알면 나머지는 무척 쉬운거니까, 학문으로 인정 받을 만큼의 무언가가 있는거겠지 싶다.

내가 컴퓨터 과학이 과학인가? 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척이나 어렵지만 설명해보겠습니다 하는 것처럼

그래서 컴퓨터 과학은 왜 과학이냐고?

과학을 세상의 수학적, 논리적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학문의 집합으로 정의하겠다.

컴퓨터 과학은 컴퓨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발견하고 학습하고 개선 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세상의 일부라고 정의할 수 있냐 라고 했을 때 컴퓨터 라는게 현실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외하고서라도 하나의 컴퓨터는 하나의 세계를 가진다. 그러니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쓰고 보니 이거 인간은 컴퓨터 세계에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네

이렇게 재미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글을 주로 쓰는 내가 무려 백합 동인 소설을 쓰기로 했다. 소설 쓰기라는게 평생의 욕심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써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막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웃기다. 백합과 리치마작 이라는 주제로 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진짜 웃기다고 생각한다. 올해 한 편은 써봐야지 한다.

나는 내가 오타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애니메이션만 안 봤지 오타쿠가 맞다라고 인정하는 중이다. 집에 저 엄청난 굿즈들도 그렇고 말이다.

애니메이션을 봐야지 오타쿠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여

아니 한번은 회사에서 동기도 그렇고, 팀장님도 그렇고 님 좀 오타쿠 같아요 하길래? 제가요? 하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거 본인만 모른다. 항상 그렇다.

그래서 오타쿠스러움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디테일에 집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디테일에 집착하나 라고 한다면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향아치의 고증집착을 보고 엄청난 경외로움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다고 한다. 좋은게 좋은 거 아닐까?

오타쿠스러움하니까 생각난 건데 난 확실히 컴퓨터 시스템, 계산기로서의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에 C언어로 PI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짜려고 하면서 확실히 느꼈다. 그치만 수많은 아키텍처들의 하모니가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뭐 그러니까 IT 인프라 같은 걸 하는 거겠지 싶다. 이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 웃기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쪽에서 돈이 되는 건 웹 서버 개발, 어플리케이션 개발 이런거니까 아무래도 수학적으로 컴퓨터를 접근하는 건 크게 돈 벌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난 이런 일들을 계속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대학교 학부생 수준의 수학을 알아야 하는데 학부생 수준의 수학은 독학으로 된다고 하니까 되는데까지 해봐야지.

벌써 올해도 보름이나 지났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구나 싶었다. 나는 매년 다른 느낌으로 한 해 한 해 보냈는데 올해는 좀 안정적으로 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탄한 거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고 말 그대로 기존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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