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침내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몇 번이나 쓰고 지운 메일들은 현재의 상태와 심경을 담으려고 했지만 문장으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문장으로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렇게 구체화 되어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이고, 저에게 아직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해봅니다. 저는 항상 사는 방식이 비슷하니까 언젠가는 또 풀어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봅니다.

요새는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직 면접까지 간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직 면접에서 늘 물어보는 것은 왜 이직을 하려는가 입니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적당히 IT가 하고 싶어서 라고 말을 했고, 세 번째 회사에서는 일하면서 공부하기에 교대근무가 좋은 것은 아니라서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직할 때 무슨 사유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크게 생각나진 않지만 적당히 잘 말해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유는 크고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해보고 싶어서 라는 대답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일을 왜 할까요?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 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것 이외의 일을 하는 의의가 있을까요? 없다면 사람들은 평생동안 일을 하고, 자기가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일이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 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저 평균 급여가 높은 일을 구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면서 배우는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 일을 한다 라는 것도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일은 일단 교육과 다른 측면이 있고,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발전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던 중에 일의 속성에 대해 고민해보다가 일은 폭력성의 합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일의 폭력성, 이상한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환경이 필요하고, 어떤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합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퇴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이라는 시스템을 굴리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라고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계약 관계를 통해 생계에 필요한 월급과 노동을 교환하는 생활을 하는 합의된 폭력을 감내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 있겠습니다만은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설계 사양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직 기간 중간중간에 일을 하지 않는 기간을 한달에서 두달정도 가져가게 되었는데 흔히 중년의 위기라고 부르는 극도의 무기력감과 상실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원래 수렵과 채집을 하며 오랜기간동안 어떤 형태로든 일을 했고,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어서 이런 신체 구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정 시간동안 일을 하는 것이 신체 건강적인 부분에 있어서 적합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우리는 더이상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지 않으며, 일하는 모습과 시간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기 때문에 그리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아니라 나는 왜 일을 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라고 묶는 것이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고, 나는 결국 내 이야기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떄문입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대는 스무살이었고, 일을 해서 개인적인 성장이나 사회의 기여 같은 것들을 생각했었습니다. 스무살 전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온세상에 있는 책들을 사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해보니 개인적인 성장이나 사회적인 기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내가 그래도 썩 괜찮은 환경에서 운좋게 일하고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성장이나 사회적인 기여를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은 그런 대의로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자신을 돌보는데 별로 좋지 못하다 라는 경험이 있고 나서부터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그것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 저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지키는 일은 개인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이라고 해서 100% 똑같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평화로움, 안정적임을 지킬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통틀어서 일상이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일은 일상이 된 듯 합니다. 하지만 섭섭하거나 서글프거나 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평화로운 일상이 맘에 들고, 그 안에서 여전히 다이나믹하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처음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재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상들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상이라고 해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