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 않지만 어린 나이
스스로를 인정하는 게 너무 어렵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적정한 나의 선을 알고, 정하는, 일련의 유지보수 작업들이 너무 어렵다. 나는 내가 느린 것이, 그래서 계속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을 어려워하고, 슬퍼하고,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언제까지고 불안해하며, 슬퍼하고, 우울해하고, 삶을 비틀어가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즐길 수 있는데, 나도 행복할 수 있는데, 나도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좋아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2015년 쯤 부터 10년,,, 일일히 열거하기 힘든 많은 일들 사이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안정적이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나를 여전히 용서하고, 화해하지 못했다.
나는 모호함 가운데서 산다. 어떤 것도 할 수 없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누구와도 친할 수 있지만, 누구와도 친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런 모호함을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을지도 모른다.
랑또 작가의 어떤 글 처럼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 3명만 있어도 충분하다던데, 그 중의 하나가 나이고, 하나는 랑또 작가 본인이고, 하나는 그걸 찾는 재미로 인생을 살면 된다고 하던데 스스로 사랑하는게 어렵다는 걸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잘할 수 있다 보다 좀 더 실체적인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덕업일치를 한 것, 안정적인 재무계획을 짜려고 노력하는 것,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기로 한 것, 일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는 것, 파이썬을 배우려고 하는 것, 과거의 인연을 힐난하지 않고 축복하는 것, 누구보다 편히 가볍게 살 수 있는 것, 어쨌든 이 불경기에 8년째 일을 하고 있는 것, 듀오링고와 스픽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 믿을 사람과 친구들이 있는 것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칭찬하면서 쉽게 불안해하는 것,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에 짜증과 화를 낸 것, 건강을 챙기지 않은 것, 자해적인 관계를 만들었던 것,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것,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것을 하나하나 화해해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글을 쓰고, 일을 하고, 자유롭게 살고, 떄론 고생하고, 때론 성취감을 얻으며, 그렇게 그렇게 가을 하늘의 산뜻함을 만끽해야겠다. 그게 삶의 전부라면 전부일테니, 내 나이 적지는 않지만 어리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 그렇게 그렇게 또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