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영원하니까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항상 남아있다는 걸 기억해줘
사람은 관계의 기한으로 떠날 수 있지만, 주고 받았던 사랑은 항상 남아 있을 거야, 그건 나의 온전한 기억이 보증해주니까, 언젠가의 증조할머니, 언젠가의 유치원 선생님, 언젠가의 선생님들, 언젠가의 친구들, 언젠가의 애인들까지, 한 사람이 자라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제법 크고 작은 관계들 사이에서 그래도 이렇게 자라지 않았니?
삶을 너무 이겨 먹으려고 하지 마렴, 삶은, 시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삶과 시간은 같이 가고, 배우는 존재이지, 이겨내고 맞서 싸우면 더 크게 저항할 거 란다. 왜냐하면 삶은 마치 파도와 같아서, 파도에 맞서면 파도가 더 크게 덮칠 뿐이야, 같이 가고, 배우며 가야 한다는 존재라는 게 그런 뜻이라고 생각해
종종 감정이 크게 압도하면 흘려 보내렴, 마치 화장실 물 내리듯이, 욕조에 받은 물을 비우듯이, 마음은 생각보다 좁으니까, 감정이 압도하면 흘려 보내야 하더라, 고인 물은 썩고, 고인 감정도 썩는 것 같아. 고인 감정이 썩어서 종종 곤란해지지 않았니? 항상 감정은 적절한 시점에 털어야 해, 감정은 흘러가는 존재니까, 상황에 따른 반응이니까, 너무 계속 들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는게 종종 힘들거든, 이 글을 기억했으면 해, 수많은 분기에서 결국 살아 남은 너를, 사랑하고 사랑 받은 너였음을 기억하렴 결국 너는 무수히 많은 분기에서 하는 선택을 무서워하지 마렴, 이미 숱하게 많은 분기들 중 최선의 선택을 하며 지내 왔으니
아름다울 나
빛날 현
스스로 지은 이름 나현, 스스로가 아름다운 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았던 거지
그러니 너무 질투하지 않았으면 해, 이미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기에도 삶이 짧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부럽다면, 조금 관찰하고, 배워보고, 안 되는 건 흘려 보내고, 밋밋하지만 풍부한 세계가 너의 것이라는 걸 기억하렴, 누군가는 밋밋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분명히 삼다수를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렴, 아는 사람에겐 너의 풍부함이 느껴질 거야, 조선의 백자처럼 화려함보다 마감새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렴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저점을 높이기 위해, 마감새를 신경쓰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몸의 불편함도 체크하고, 너무 바쁘더라도, 마음이 바쁘지 않게 좀 쉬어가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렴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